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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 클럽 최고의 호스트 줄리앙(김주혁). 그에게 여자는 장난감보다 쉬운 유희의 상대이고, 달콤한 속삭임 한 마디에 쉽게 열리는 간편한 지갑이다. 그에게 깊이 빠져든 고객의 자살 사건에 연루된 줄리앙은 감옥에서 나와 다시 화려한 인생을 꿈꾸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클럽퇴출이라는 잔인한 통보와 28억 7천만원이라는 엄청난 빚 뿐.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 광수(이기영)가 단 30일의 시간을 조건으로 그의 목을 조여오고... 그 순간,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상속녀 민(문근영)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오빠를 찾고 있다는 기적 같은 전화가 걸려온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자신의 운전사 류진의 핸드폰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줄리앙은 그가 상속녀의 유일한 혈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은 류진 대신 16년 전 헤어진 가짜 오빠 행세로 유산을 손에 넣겠다는 계획을 세운 줄리앙은 그를 따르는 후배 호스트 미키(진구)와 인생 전부를 건 마지막 게임을 시작하는데... |
원작은 잊어주세요! <사랑따윈 필요없어>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에 이은 문근영의 세 번째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2002년 일본 TBS에서 10부작 드라마로 방영했던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케이블 채널 '온 스타일'을 통해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2002년 당시에는 히료스에 료코 역시 꽤나 인기가 있던 시절이지만 무엇보다 원작의 성공 요인은 '고독의 연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아타나베 와츠로의 존재감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문근영과 김주혁으로 대체된 영화판의 성공 여부는 영화팬들에게나 원작팬들에게나 상당한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주혁보다는 '문근영의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불려지길 원한 제작진은 관객들을 향해 "원작은 잊어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우선 캐릭터부터 원작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아타나베 와츠로의 무게감과는 달리 김주혁의 줄리앙은 조금 더 능글맞고 약삭빠른 인물에 가깝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고독보다는 호스트로서의 생활 전선에 대한 고민이 더욱 크게 느껴진달까. 물론 김주혁은 시나리오 상의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천연기념물급의 어리버리한 순애보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인만큼 어느 정도 이미지 전복의 효과도 얻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여유있는 러닝타임을 보장받은 드라마와 달리 디테일한 내면의 고민을 모두 드러낼 여건이 안되는 영화판의 줄리앙은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과 애정을 불러일으키기에는 그 속마음을 좀처럼 알기 어려운 비약적 캐릭터로 남고 말았다.
문근영 또한 마찬가지. 원작의 히료스에 료코는 가녀린 듯 하면서도 차갑고 표독스러운 매력이 있었으나 문근영은 특유의 발랄함만 없어졌을 뿐 그 큰 눈망울을 강조한 여리고 풋풋한 이미지 그대로다. 제작 당시 '문근영의 첫 성인연기'라는 식으로 낚시성 언론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제작진 입장에서도 문근영의 기존 이미지를 대부분 포기하지 못한채 캐릭터 설정을 한 것 같다. 물론 눈물을 가득 머금은 문근영의 감정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이 배우가 '국민 여동생'에 대한 늪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선언이 들리는 듯 하다. 그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그 이미지 또한 한국적인 캐릭터로의 치환이라고 생각하면 금새 익숙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캐릭터의 성격만 수정했다고 해서 원작과는 다른 독창성을 추구하려 노력한 리메이크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10부작의 드라마에서 2시간 가량의 영화판으로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서사적 디테일은 근사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아름다운 촬영으로 대신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제작진은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보인다.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은 당연하게도 원작을 먼저 봤겠지만 그들의 머릿 속에 내재된 원작의 플롯을 모든 관객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겠는가.
특히 줄리앙이 민의 가짜 오빠 행세를 하면서 둘의 사랑이 진행되는 초중반의 흐름은 아예 원작을 보지 않은 시나리오 작가에게 사전 집필을 맡기는게 나았을 듯 싶다. 이미 원작의 진행 과정을 상세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쓰여진 영화판의 초중반 시나리오는 마치 일본 드라마의 본편 방영에 앞서 소개되는 '전 화까지의 스토리 압축 소개'를 보는 듯 하다.
물론 드라마에 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한 영화판만의 장점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세련된 영상미가 돋보였던 <시월애>의 조감독 경력을 가진 이철하 감독은 이후 뮤직비디오와 CF 연출을 통해 쌓은 비주얼 감각을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내비친다.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하는 삿포로의 눈부신 순백 이미지는 물론이거니와 뒤이어 등장하는 기묘한 환락의 성지 아도니스 클럽, 녹차밭과 그 위에 세워진 화려한 대저택, <장화, 홍련> 이후 프로덕션 디자인의 필수 요소가 된 앤티크 풍 벽지와 내부 장식, 몽환적인 우포늪의 정경 등 국내와 국외, 실내와 실외를 넘나드는 로케이션 촬영과 세트 촬영의 근사한 비주얼은 확실히 두 눈을 즐겁게 한다.
이처럼 멋진 배경과 음악 속에서 순수 그 자체의 이미지로 서 있는 문근영의 모습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팬이라면 <사랑따윈 필요없어> 역시 <댄서의 순정>에 이은 고급 영상집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DVD Quality
2.35:1 애너모픽의 DVD는 무난한 화질을 보여준다. 작품 자체가 워낙 곱고 이쁘게 촬영되었음을 고려하면 다소 거친 느낌의 질감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샤프니스와 색감 면에서 대체적으로 무리 없는 수준. 다만 풀샷에서의 해상력 저하와 미세한 윤곽선 겹침 현상이 간혹 발견되기도 하며 어두운 조명의 실내 촬영 장면 역시 암부 표현이 불만족스럽다. 사운드로는 돌비 디지털 5.1과 DTS 포맷이 모두 수록되어 있다. 아도니스 클럽 장면이나 도로에서의 자동차 경적 소리 등 서라운드 음향이 활용되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드라마 장르의 특성 상 그 비중은 적은 편이다. 딱히 흠잡을 데 없는 깨끗한 음질의 사운드이지만 약간 과잉으로 느껴지는 스코어 트랙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본편 디스크에는 이철하 감독과 배우 김주혁, 문근영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김주혁의 리드로 진행되는 음성해설은 시종일관 우울한 표정의 영화 속 문근영과는 달리 스무살 여대생 그대로의 발랄하고 귀여운 말투와 재잘거림이 반갑게 느껴진다.
스페셜 피처 디스크에는 전반적인 제작과정을 담은 '프로덕션 노트'(30분) 외에 줄리앙과 민을 연기한 두 주연배우에 초점을 맞춘 'Secret Story'(15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를 위해 노력하는 스탭들을 조명한 다큐 '꼭 만들어주세요!'(14분), 문근영의 피아노 교습, 일본팬과의 만남 등 제작 기간 중 에피소드를 담은 'Episode 1,2'(20분) 등이 첫 페이지에 수록되었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20여분에 이르는 꽤 많은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최종판 편집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컷이 잘려나갔음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와 아도니스 클럽 씬의 또 다른 편집본을 비롯하여 줄리앙과 민의 에피소드가 여럿 실려 있다.(2.35:1 레터박스 / 돌비 디지털 2.0ch)
또한 말 많았던 엔딩 장면의 메이킹이 짤막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오디오 상태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문근영과 이철하 감독이 직접 엔딩 장면에 대한 의미와 나름의 변을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 뮤직 비디오, 예고편, 스틸 갤러리 등이 수록되었다.
07. 2. 1 | DP 컨텐츠팀(contents@dvdpr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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