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치악산 중턱. 가파른 숲길을 헤치고 올라가면 울창한 여름 숲 가운데 운행이 끊긴 터널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널 끝은 아찔한 절벽으로 이어지고, 절벽 바로 앞의 좁다란 공간에서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두 주인공 김주혁과 문근영이 살수차가 뿜어내는 거센 빗줄기 아래서 말다툼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 문근영은 재벌가의 상속녀인 시각장애인 류민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손에는 지팡이를 든 모습이었다. 어두운 표정에 차가운 눈빛으로 격렬하게 대사를 뱉어내는 문근영의 모습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성숙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류민의 오빠를 자처하는 호스트 줄리앙 역의 김주혁은 전 장면에서 입은 것으로 설정된 얼굴의 상처를 분장으로 그리고 문근영 곁에 서 있다.

7월7일 현장공개가 있던 날 촬영한 장면은 줄리앙이 류민에게, 옛날 눈이 보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각색한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강남 최고급 클럽에서 잘나가는 호스트 줄리앙이 27억원이 넘는 빚을 탕감하기 위해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상속녀 민의 오빠를 자처하며 재산을 노리는 이야기다. 호스트인 줄리앙이나, 어려서 집을 나간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상황,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깊이 상처를 입은 류민이나 사랑을 믿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류민을 돈으로만 보던 줄리앙은 민을 죽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민에게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게 된다.


Love Me Not/Press l 2006. 7. 2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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