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어느 지점에서 가장 잘 효과를 내는지 알고 있는 이철하 감독은 "영화의 중심은 영상과 스토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와 CF를 통해 비주얼 리스트로써의 역량을 인정받은 이철하 감독이, 그것의 야심적인 확장이자 변주인 첫 번째 장편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를 내놓았다.
초조함과 설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
이철하 감독은 지금 초조함과 설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관객들이 자신의 첫 영화를 어떻게 봐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의 심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의 태도에서 잠시나마 신인감독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은 언제나 신인 감독들에게서 나온다. 멜로영화 시나리오를 습작처럼 써왔던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 영화화 제의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이라는 드라마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그러나 원작을 보고 나서 그 안에서 좀더 재미있는 걸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철하 감독은 <사랑따윈 필요없어>를 두고 '원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원작을 본 사람들을 위한 팬 서비스도 잊지 않으면서, 그는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별무리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평단에서 <사랑따윈 필요없어>에 내린 평가는 가혹했지만 그는 관객들은 자신의 의도대로 영화를 봐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내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성공한 리메이크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원작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것을 새롭게 풀어 해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 주어야 한다. 그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철하 감독의 각색 작업이 생각보다 길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기에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 그러나 이철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리메이크 영화도 제대로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작업을 해나갔기 때문일까? 그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리메이크 영화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듣던 잘 해낼 자신이 있었기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 동안 리메이크 영화들이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내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일반적으로 리메이크 영화는 원작의 명성 때문에 비난 받기 일쑤다. 영화가 리메이크 될 경우는 주로 원작이 대단한 호평이나 인기를 누렸을 때다. 인기를 누리지 못한 원작이 리메이크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 동안 리메이크 영화들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이철하 감독은 “재해석없이 원작을 따라 하거나 원작을 의식하는 부분이 이야기 전체에서 드러났을 때”라고 분석했다.
이철하 감독은 자신들만의 캐릭터가 구축되기 전까지 배우들이 원작을 보지 않기를 바랐다. 원작의 캐릭터에 구속되거나 그 잔상으로 연기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 오면 무조건 그런 것을 버리게 한 다음에 배우들을 연기에 임하게 했다.
내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성공한 리메이크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원작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것을 새롭게 풀어 해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뒤따라 주어야 한다. 그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철하 감독의 각색 작업이 생각보다 길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기에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 그러나 이철하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리메이크 영화도 제대로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작업을 해나갔기 때문일까? 그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리메이크 영화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듣던 잘 해낼 자신이 있었기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 동안 리메이크 영화들이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내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일반적으로 리메이크 영화는 원작의 명성 때문에 비난 받기 일쑤다. 영화가 리메이크 될 경우는 주로 원작이 대단한 호평이나 인기를 누렸을 때다. 인기를 누리지 못한 원작이 리메이크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 동안 리메이크 영화들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이철하 감독은 “재해석없이 원작을 따라 하거나 원작을 의식하는 부분이 이야기 전체에서 드러났을 때”라고 분석했다.
이철하 감독은 자신들만의 캐릭터가 구축되기 전까지 배우들이 원작을 보지 않기를 바랐다. 원작의 캐릭터에 구속되거나 그 잔상으로 연기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 오면 무조건 그런 것을 버리게 한 다음에 배우들을 연기에 임하게 했다.
원작의 다이제스트판이 아니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원작이 가지고 있던 멋진 대사와 눈물을 끌어내는 다양한 장치 등을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다. “자신의 작품에 백 프로 만족하는 감독은 없을 거예요. 최선을 다했기에 관객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겸허하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원작이 보여준 에피소드 전부를 두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담아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이철하 감독이 택한 차선책은 감정의 흐름이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는 다 살릴 수는 없어도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선뜻 하겠다고 말을 했으나 과연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어요. 제한된 시간 내에 원작이 보여준 이야기들을 다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했죠. 원작에서 끌고 가야 할 부분과 끌고 가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 심리 표현에 좀 더 주안점을 두어서 원작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변화를 통해 원작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었거든요. 그러한 부분들에 좀 더 중점을 두어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잔잔하면서도 어두운 심리 드라마로 비쳐지길 원했고요.”
영화는 미니 시리즈와 달리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복잡한 스토리를 펼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분을 생략했는가에 따라 원작과 영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니 시리즈에서는 인물의 설명이 장황하지만 영화는 캐릭터 설명이 불충분하다. 또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는 점이다.
다른 멜로 영화에 비해 애정 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문근영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그려지는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힌다.
이 세상에 사랑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따윈 필요없어>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도 겉으로 보기에는 닫히고 어두운 사람이지만 사랑을 꿈꾼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아련한 느낌이 두 시간 동안 관객과 함께 하기를 바랬던 그는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택했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다 틀리잖아요. 그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정말로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의 꿈틀거리는 욕구를 통해 '사랑의 순수성'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런 느낌이 살아난다면 아슬아슬하고 감미로운 사랑이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지금에 와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이철하 감독은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처음에는 안 보였던 게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원작의 다이제스트판이 아닌 원작의 재해석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원작에서 어떤 부분들을 버리고 어떤 부분을 살려야 할지 명확하게 기준을 두어야 했어요. 원작을 축소했다는 말 보다는 다른 식으로 표현을 했네 라는 이야기가 나오길 바랬거든요.”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국 TBS로부터 이철하 감독은 캐릭터를 훼손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최소한의 주문만 받았을 뿐 나머지 부분에선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간섭보다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어요.”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을 때부터 피드백을 준 일본측 관계자들에게 그는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부분들은 원작보다 더 좋은 것 같네요. 이런 부분들은 이렇게 수정하면 나을 것 같은데요.’ 그들이 준 솔직한 의견들은 이철하 감독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서 고민했을 때 답이 더 빨리 나오잖아요.”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오랜 시간 데뷔를 기다린 신인감독이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해간다. 일본적인 색채가 묻어있긴 하지만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흥미로운 대중적 이야기감의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공백이 보인다는 것이 유일한 흠이지만 관객의 감동을 끌어낼 만한 이미지가 <사랑따윈 필요없어>에는 구석구석에 산재해있다.
이철하 감독이 집필한 시나리오 초고에는 ‘줄리앙’의 이름 자체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줄리앙' 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류민의 오빠와 동명이인으로 설정했어요.” 원작에서 주인공의 진짜 이름(레이지)이 가지고 있던 복합적인 의미를 굳이 따라가고 싶지 않았던 이철하 감독은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줄리앙’의 본명을 드러내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줄리앙’이라는 이름으로 밀고 나갔어요. 극중에서 ‘줄리앙’ 역으로 분한 김주혁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유치하지만 그 세계에서는 그만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름이잖아요. 이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줄리앙'을 시작은 유치했지만 끝에서 잊혀지지 않은 이름으로 기억하길 바랬어요. 그런 부분들이 저로 하여금 '줄리앙'이라는 이름을 고집하게 만든 이유 같아요.”
원작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던 부분들을 모호하게 처리함으로써 이철하 감독은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대표적인 장면이 류민이 줄리앙에게 준 돈의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신이다.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쉽게 풀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아쉬움은 없어요.”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매력은 기존 멜로 영화와는 차별화된 감각적인 영상과 화려한 비주얼이 관객들을 현혹시킨다는 데 있다. “리얼리티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라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찍지 않았을 거예요.”
세트 스케줄이 맞지 않아 고심하고 있을 때 배우들이 밀고 당기면서 보여준 열연은 그에게 많은 도움이 주었다.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올 여름 날씨 때문에 콘티와는 전혀 상황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한 적도 있었다
원작과는 달리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과거 부분이 희미하게만 제시되어 있다. “과거를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과거사가 되어버렸어요. 주인공들의 과거에 대해 너무 상세하게 설명하면 이야기가 진부해질 것 같았고요. 그래서 그런 정서들은 오히려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이미지가 연기하는 영화다. 이철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주인공들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이 장면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곳에서 찍어야 한다는 룰을 정했다. 로케이션 매니저로부터 대안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는 처음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장소를 버리지 않았다.
장소에 대한 욕심은 끝까지 버릴 수 없었지만 그는 배우들의 의견은 언제나 존중하는 쪽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김주혁과 문근영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줄리앙과 민을 카메라 안에 담아내기 위해 그는 배우들이 생각하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그대로 적용시켰다.
“배우들에게 많은 숙제를 주었어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배우들과 시나리오 리딩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그러한 과정이 없으면 배우가 캐릭터에 흠뻑 빠져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못 느낄 것 같았어요.”
원작이 가지고 있는 극적인 라스트 신을 처음부터 배제한 이철하 감독은 관객들이 사랑을 좀 더 다르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금과 같은 결말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의미를 두고 마지막 부분을 편집한 이철하 감독은 보는 이들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감성적으로 갔다. “사랑의 시작으로서 만나는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되어서 저렇게 되었다고 딱 떨어진 결말은 이 영화 엔딩으로서는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랑따윈 필요없어>에는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설명이 부족해 고개를 젓게 하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러닝타임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이철하 감독의 연출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음지에 있는 호스트 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줄리앙의 직업 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보게 해주고 싶어 그런 방법을 택했죠.”
서로에게 빛이 되고 싶었고, 누구보다도 더 사랑을 갈망했던 두 남녀, 이러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 마음을 저당 잡히지 않을 관객이 있을까? 영화가 좋으냐는 당연한 질문에 그는 좋다고 몇 번을 말하더니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에 좋은 스탭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했으니까요.” 이철하 감독은 지금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관객들이 혹은 팬들이 자신의 작품을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도록.
출처 - 맥스무비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